원숭이로 보는 신기한 심리학 실험

지금이야 윤리적 문제로 인해 심리학 실험의 허용범위가 무척이나 제한적이지만,
예전 구닥다리 시절에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원숭이 실험들도 많이 자행했었습니다.

개 중 가장 유명한 실험을 하나 꼽자면,


해리 할로우(Harry Harlow)의 원숭이 애착 실험이 있습니다.

원숭이

이 양반이 1950년대에 무슨 실험을 했냐면 새끼 원숭이들을 어미에게서 떼어논 채로
두 종류의 인공적인 양육 환경에 던져 놓습니다.

(※ 붉은털원숭이 : 인간과 94% 가량의 유전자를 공유함)


① 철사로 만든 모형이 있는 우리(우유 제공 O)

② 전구가 내장돼 있어 따뜻한 촉감을 가진 원숭이 헝겊 인형이 있는 우리(우유 제공 X)


한동안, 격리해 키우다가 이후에는 두 우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랬더니,
밥 먹을 때만 철사 엄마한테 가고,
그 외의 모든 시간은 헝겊 엄마한테 가서
시간을 보내더란 겁니다.

공포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면 헝겊 엄마에게로 헐레벌떡 뛰어가고
헝겊 엄마를 아예 치워버리고 무섭게 하면 철사 엄마에게로 가는 게 아니라,

한 쪽 구석으로 도망가서 손가락을 빨면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요.


① 철사 엄마 우리에서만 자란 새끼 원숭이들은 우유를 소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설사를 자주 함.

② 철사 엄마 우리에서만 자란 새끼 원숭이들은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음.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게 관계와 온정, 스킨쉽 등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보여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인 실험이었습니다.

상류층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은 보모에게 맡겨지고 초등생 무렵부터는 최고명문사립기숙사로 들어가는 아이를 상상해 봅시다.

경제 상황은 안 좋지만 자애로운 부모 아래서 듬뿍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자란 아이를 상상해 봅시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 관계는 매우 중요한 팩터로써 이 무렵에 기본적인 세계관 세팅이 70% 이상 조형됩니다.

‘아 세상은 이런 곳이구나.’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서로를 대하는구나.’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구나.’

내가 어린 시절에 부모님으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면, 그만큼 구김살없이 긍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요.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이 철사 엄마와 함께 하는 인생이였다면?

내 현재의 팍팍함은 분명히 그 시절의 영향 일정부분 반영하고 있을 겁니다.

Q. 철사 엄빠 밑에서 자랐는데, 그럼 전 평생 팍팍한 인생을 살게 되나요? TT

A.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질 수 있어요.

행동유전학 쪽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성인기까지 가정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부모의 입김이 잦아드는 20대 중후반부터는 본래 가진 유전적 영향력(성격)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원래 성격은 다정했던 아이가
부모의 양육 방식으로 인해 잔뜩 위축되고 경직된
인생 태도를 지니게 됐다면,

나이를 먹으며 부모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원래 본인이 가진 성격 팩터가 강해짐에 따라 점진적으로 원래의 다정함을 찾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비단,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애들에게 특히 더 필수적이란 거고 성인들에게도 여전히 관계에서의 애정과 스킨쉽, 온정은 너무나도 중요해요.

연애를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인형 속에다가 핫팩 잔뜩 집어넣고 그거라도 껴안고 있으세요.
사회적 동물인 우리 영장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랍니다. 스킨쉽이요~

아빠 닮은 남자 만나고, 엄마 닮은 여자 만난다.
‘좋은 것에 끌린다.’

이게 당연한 소리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골 때리는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좋은 것에 끌린다는 참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역 또한 참이라고 생각한단 거죠.

‘내가 끌린다면 좋은 것이다.’

물론 좋기 때문에 끌렸을 수도 있죠.
흥미로운 건, 다른 이유로 끌리는 경우입니다.

그건 바로,
‘인간은 익숙한 것에 끌린다.’

이건 일종의 본능적 기제입니다.

생존이 중요했던 구석기 선조들에게는,
익숙한 환경, 익숙한 음식, 익숙한 동물,
익숙한 지형을 선호하는 편이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음식, 새로운 동물,
새로운 지형을 선호하는 것보다
생존 확률을 높였을 테죠.

그렇게 익숙함에 끌리게끔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겁니다.

아재들이 옛날 음악을 들으며 “캬하 역시 이 갬성이지!!!” 하는 이유는 뭘까?

익숙하기 때문에 더 끌리는 걸 지도 모릅니다.
예전 노래가 생소한 요즘 아이들은 90년대 노래를 들으면 귓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죠.

예전 노래가 더 낫고, 요즘 노래가 더 낫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에 더 익숙한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잘 모르고 싫어하는 장르인데 끌린다?
그건 진짜 좋은 것.

얼마 전에 한 지인이 얘기하기를,
‘나는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서 그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의 남편을 만난 거야. 내가 미쳤지.

도대체 뭐에 씌였던 걸까?’

남편이 꽤 가부장적이에요.
제가 그랬죠.

야야 그거 자연의 이치야. 받아들여.

너는 가부장적인 관계에 너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고,
아빠와 비슷한 남편의 모습에서
무의식적인 끌림을 느꼈던 거야.

.

‘유년 시절에 세계관의 70%가 만들어진다.’
남자는 이런 존재다라는 표상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조형된 거죠. (익숙한 관계, 익숙한 환경)

그렇게 세팅이 거의 끝난 겁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서 데이트를 하는데,
객관적으로 좋은 남자를 만날 때도 끌림을 느끼지만,
이러한 “익숙함 기제”로 인해,
우리 아빠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를 볼 때도 본능적으로 끌리는 거에요.

.

소중한 딸의 행복을 바라시는 무뚝뚝한 아버님들께

“집안일과 육아에 되독록이면 많이 참여하시는 게 좋아요.”

“딸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 분과 다정하게

스킨쉽도 좀 하고 그러세요.”

그러면, 어린 딸들이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 익숙함을 좋더라도
즉, 익숙함=좋음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성립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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